AI 시대에 강한 팀을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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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을 잘짜라. HR조직은 가장 스마트한 조직이어야만 한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일해라.

#AI#조직

강한 팀
강한 팀

1. AI는 여백을 메우지 못한다

AI는 문자가 중요하다. 내가 프롬프트에 "나는 빡빡하게 쓰는 게 싫지만"이라고 쓰면 AI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빡빡하지 않게 결과물을 작성한다. 인간이라면 "싫지만"이라는 역접을 이해하고 적정한 수준을 잡는다. AI는 그렇지 않다.

이것은 성능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지시받지 않은 것을 한다. AI는 지시받은 것만 한다. 그리고 현실의 업무는 지시받지 않은 영역에서 판가름 난다.

그래서 AI에게 일을 시키는 구조를 말하려면, 먼저 인간의 강한 팀이 무엇으로 굴러가는지부터 봐야 한다.

2. 강한 팀에 대한 두 개의 경험

첫 번째는 LG전자에서 일할 때였다. 내가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전사 최우수 프로젝트에 선정되기 직전이었다. 결과가 나올 때마다 휴대폰 관련 임원들과 조직들이 움직일 정도였다. 이런 경우 조직에서는 다양한 정치적인 일들이 발생한다.

  • 경쟁 조직에서 반대 자료를 내서 우리의 권위를 실추시키려는 시도
  • 경쟁 조직에서 우리 자료를 카피해서 우리의 권위를 훔치려는 시도
  •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조직의 정치적 압력 또는 자료 내용 변경 시도
  • 내부 조직에서 성과를 독점하려는 윗분들의 갑작스러운 등장

부사장 보고를 앞두고 마지막 항목이 터졌다. 그러자 내 사수가 결근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왜 나오지 않는지 몰랐다. 우리 팀은 극초기여서 나와 사수 둘뿐이었고, 사내의 모든 화살은 나에게 쏟아졌다. 부장님부터 실장님까지 나를 닦달했다. 최종 버전을 내놓으라고 했고, 자신들의 성과에 맞추어 자료를 수정해서 화면에 띄우려 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판단이 이 프로젝트를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KPI를 선정하기 위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함구했다. 보고 10분 전, 사수가 최종 버전의 자료를 들고 나타났다. 보고는 부장님과 실장님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두 번째는 스타트업에서였다. 고객사가 데이터 정합성에 의문을 제기한 상태였고, 내가 담판을 지으러 가는 상황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 영업책임자와 식사를 하는 중에 시니어 데브옵스 엔지니어에게 슬랙 메시지가 왔다.

"상범님. 데이터가 이상하다. 지금 안 보이는데 혹시 미팅 시작했냐?"

아니라고, 밥 먹는 중이라고 하니 자기가 지금 고치고 있으니 신호를 줄 때까지 열지 말라고 했다. 고객과의 약속 시간을 바꿀 수는 없었다. 지정된 시간, 지정된 장소에서 미팅은 시작됐다. 스몰토크로 시간을 끌고 있자 메시지가 왔다.

"완료"

그제서야 나는 노트북을 켜고 화면을 보여드리며 설명했다. 미팅은 성공적이었다.

3. 사례가 말하는 것

강한 팀이란 무엇인가. 개발을 빨리 하는 것? 아니다. 돈을 잘 버는 것? 아니다. 그것은 모두 결과에 불과하다.

강한 팀은 조직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공유하고 있는 팀이다.

첫 번째 사례에서 나는 이 자료가 틀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외압으로 내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존재 이유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았다. 두 번째 사례에서도 나는 다른 멤버에게 미팅에 간다는 말 정도만 했을 뿐 어떤 자료도 공유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구성원들이 그 미팅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엔지니어는 크로스체크를 했다.

여기서 두 번째 조건이 나온다.

강한 팀은 존재 이유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다.

인간은 머리로 안다고 행동으로 옮기는 동물이 아니다. 오히려 머리로 알기 때문에 자기합리화를 더 쉽게 하는 쪽이다. 그런 습성에도 불구하고, 머리로 알고 있는 존재 이유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움직이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0번째, 가장 중요한 조건이 나온다.

강한 팀은 존재 이유를 정의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왜 수많은 경영 서적이 R&R을 이야기하겠는가. 조직 운영에서 역할과 책임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조건 하나가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존재 이유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움직이는 사람. 그런 사람은 어디서 오는가. 그리고 누가 그들을 골라내는가.

4. 그래서 AI 시대에는

R&R을 잘 짜라.

앞의 두 사례를 다시 보자. 사수에게 "자료를 지켜라"라고 지시한 사람은 없었다. 엔지니어에게 "크로스체크하라"고 요청한 사람도 없었다. 두 사건 모두 R&R 문서의 여백에서 일어났다. 인간의 팀은 그 여백을 존재 이유로 메운다.

AI는 그 여백을 메우지 못한다. 그러니 AI가 들어간 구조에서는 여백 자체를 설계로 줄여야 한다. 인간의 팀에서 R&R이 뼈대였다면, AI가 낀 팀에서 R&R은 뼈대이자 살이다.

이건 AI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스스로 짜라. 짤 실력이 안 된다면 강한 팀은 포기해라. 먼저 실력과 경험을 쌓고, 실전 R&R을 작성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사람을 등용해라.

동시에 R&R은 유동적임을 기억해라. 타겟이 바뀌면 조직과 R&R도 바뀐다. 전장이 바뀌면 부대 운용이 바뀌는 것과 같다. 그래서 AI가 연결하는 모든 프로세스는 추상화되어야 한다. 하위 프로세스가 종속된 특정 프로세스가 고정되면 안 된다. 모든 AI 노드는 추상화되고 시각화되어야 하며, 그 노드를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요즘 자꾸 거론되는 매트릭스 조직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매트릭스가 어려운 이유는 복잡해서가 아니다. 한 사람에게 존재 이유가 두 개 주어지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0번째 조건이 사람 단위에서 깨진다. 그래서 매트릭스 조직 운영과 R&R의 공존은 거의 기예에 가깝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매트릭스의 멋진 부분만 보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HR 조직을 강화하라.

3장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이다. 존재 이유를 지킬 사람을 골라내는 일, 그게 원래 HR의 일이다.

예로부터 HR은 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티가 나지 않았다. FM대로라면 IT 회사의 HR은 그 회사에서 소프트웨어를 가장 잘 알아야 하고, 동시에 조직 경험과 인품까지 갖춰야 한다. 제조업 HR이라면 제조의 밑바닥, 설비의 작동 원리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필터링이 가능하다. 이 지원자는 앞으로 정치질을 하겠구나. 이 지원자는 실질적인 전력이 되겠구나. 이 지원자는 포텐셜이 높구나. 이런 판단을 초기에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이건 소기업이건 대부분의 HR은 스태프 부서로 동작한다. 스펙에 맞는지 보고 실무에 넘긴다. 이것을 AI 시대에 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숫자보다 한 명의 전투력이 중요해진 시대에, 강한 팀을 짜는 데 가장 큰 허들은 전통적인 HR 조직의 혁신일 것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일해라.

진심으로 일을 생각하는 것은 AI 시대나 그 이전이나 늘 중요했다. 다만 AI 이전에는 많은 일이 협동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조직의 논리가 합리성 위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생각이 맞아도 조직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개인의 의사보다 조직의 논리가 중요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세상이 돌아갔다.

그런데 AI 시대는 그런 세상을 재편하는 과정 아닌가. 그리고 대기업이건 소기업이건 재편 과정에서 더 많은 땅따먹기를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 아닌가.

그러니 더욱 마음이 맞는 사람과 일해야 한다. 이것은 AI로 해결이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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