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O

FOMO(Fear Of Missing Out)는 대세에서 소외되거나 흐름을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뜻하는 심리 현상이다. 그리고 FOMO는 어느 시대,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나 나는 요즘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또는 유튜브나 쓰레드를 보면 내가 살아온 그 어느 때보다 FOMO가 대중적인 감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 생각해보자. 이제 그 누구도 Cusor나 Coplilot를 말하지 않는다. n8n은 몇 달전에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 었다. 유튜버 노마드코더가 당장 n8n을 배워야 한다고 한 것이 불과 2개월전이다. 몰트봇은 어떠한가? 이제 몰트봇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클로드 코드 skills도 한 달 전에만 해도 "저의 지난 6개월 간의 노력이 담긴 클로도 코드 skills 공유합니다." 이런 내용으로 도배가 되었다.
나는 이것이 공포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강한 말을 할 수록 역설적으로 공포를 가지고 있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실제로 AI 대체 기능 장애 (AIRD: AI Replacement Dysfunction)라는 말이다. 2026년 초 리포트와 Cureus 학술지 등에서 등장한 새로운 임상적 용어이다. 이는 AI가 지적·창의적 업무를 모방함에 따라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겪는 만성적 스트레스와 존재론적 불안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육체 노동자가 기계에 팔다리를 대신 맡길 때보다, 지식 노동자가 기계에 **'내 지능과 창의성'**을 맡길 때 느끼는 심리적 타격이 훨씬 커서 이는 단순한 불안을 넘어 불면증, 파라노이아(편집증)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미래는 역사적인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산업혁명과 러다이트 운동
1. 러다이트 운동의 정의와 시대적 배경
19세기 초 영국 산업 혁명기, 노동자들은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곧 풍요로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거세게 저항했었다. 이른바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기계화로 인해 생계 수단을 잃게 된 숙련공들이 공장의 직조 기계를 파괴하며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에 항거한 집단적 움직임이었다. 당시 영국은 나폴레옹 전쟁의 여파로 경제적 불황을 겪고 있었으며, 기계 도입에 따른 저임금 미숙련 노동의 확산은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2. 저항의 목적: 단순한 기술 거부가 아닌 ‘생존권’
러다이트 운동을 단순히 신기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나 보수적인 거부감으로 해석하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다. 이들의 분노는 기계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 혁신의 이익이 자본가에게만 집중되고 노동자의 숙련 가치는 무시되는 불평등한 분배 구조를 향해 있었다. 이들은 '네드 러드'라는 가상의 인물을 지도자로 내세워 조직적으로 움직였으며, 이는 노동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당한 임금과 노동 환경을 보장받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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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기계의 편에 선 자들
1. 자본가들의 경영 효율화
당시 공장주들에게 기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숙련 노동자들의 '기술 독점'을 깨뜨릴 혁신적인 수단이었다. 기계 도입을 통해 생산 공정을 표준화함으로써, 그들은 노동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
2. 국가적 차원의 기술 패권
영국 정부의 입장에서 기계화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기계 파괴 행위를 사형으로 다스릴 만큼 강력하게 대처한 것은, 산업 혁명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곧 대영제국의 경제적 패권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3. 소비자가 누린 대중적 풍요
러다이트들의 저항 이면에는 저렴해진 공산품을 소비하며 생활의 질을 높인 대다수 대중의 지지가 있었다. 기계는 과거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면직물을 대중화하며 '소비의 민주화'를 이끌어낸 문명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어제, 오늘, 지금 그리고 내일
1. 전이된 타겟: 화이트칼라와 고등교육의 위기
과거 기계가 숙련공의 '손'을 대체했다면, AI는 화이트칼라의 '뇌'를 대체하고 있어. 변호사, 회계사, 작가, 코더처럼 고학력과 전문성을 상징하던 직군들이 이제는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AI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과거의 기계가 단순 반복 노동을 흡수했다면, 현대의 AI는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인지적 판단'과 '창의성' 영역을 잠식하며 화이트칼라를 새로운 러다이트로 내몰고 있다. 내가 이만큼 공부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 물거품이 될 수는 없어라는 감정이 결국 개인에게 강력한 공포로 작용하는 것이다.
2. 스타트업의 딜레마: 혁신의 주체에서 저항의 주체로
그 뿐만이 아니다. 스타트업 자체가 러다이트화되는 경향도 보인다. 거대 자본을 가진 빅테크가 만든 초거대 AI 모델 앞에, 특정 기능을 서비스하던 수많은 스타트업(SaaS 등)의 비즈니스 모델이 하룻밤 사이에 쓸모없어지기도 한다. 빅테크는 AI 패권을 쥐고 생태계를 장악했으며 스타트업은 AI를 가지고 혁신을 부르짖었으나, 이제는 빅테크의 AI 종속에 저항하거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기술적 소외 계층'이 되었다고 당분간 맞다.
3. 지식의 불꽃놀이: 대체되기 전 '전파자'로 도망치려는 군상
현대의 화이트칼라와 고등교육 계층이 보여주는 반응은 과거의 기계 파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이들은 AI가 결국 자신의 전문성을 집어삼킬 것을 직감하고 깊은 두려움을 느끼지만, 기계를 부수는 대신 그 기계를 설명하는 '교육자'나 '가이드'의 가면을 쓴다.
자신이 가진 실무적 숙련도가 쓸모없어지기 전에, AI 활용법이나 미래 전망을 설파하는 '지식 유튜버'나 '강연자'가 되려 한다. 이는 기술에 대한 순수한 감탄이 아니라, 기술이 나를 지우기 전에 내가 먼저 그 기술의 권위를 등에 업고 유명세라는 자본을 챙기려는 처절한 인기 편승이다.
모두가 AI를 가르치고 전파하는 데만 급급할 뿐, 정작 그 기술로 무엇을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사라진다. 누구나 교육자가 되려 하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자신의 실무적 쓸모가 다했음을 자백하는 방어 기제에 가깝다.
과거의 러다이트가 기계를 멈추려 했다면, 현대의 '화이트칼라 러다이트'는 기계의 가속도에 올라타 비명을 지르며 이를 중계한다. 이들은 AI가 가져올 종말을 예언하면서도 동시에 그 종말을 콘텐츠화하여 팔아치우는 모순적인 생존 전략을 택한 것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에 대한 예언
1. 기술의 완전한 추상화: '노 코드'를 넘어선 '노 액션'의 시대
내년쯤이면 우리가 알던 '개발'이나 '셋업'의 개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거대 플랫폼이 모든 인프라를 수직 계열화해서, 사용자는 의도(Intent)만 던지면 끝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건 수많은 스타트업에게는 사망선고가 될 것이다.
"쇼핑몰 만들어줘" 한마디에 구글은 자사의 파이어베이스(DB), 제미나이, 애널리틱스(분석), 워크스페이스(협업), 심지어 광고 시스템, 그리고 외부 시스템 연동 (결제, 회계, 세무)까지 단숨에 엮어서 완성된 비즈니스 모듈을 내뱉을 것이다. 이걸 구글이나 네이버가 한다고 생각해 보면 기업은 모두 풍화되고 그 가루들이 역할을 하는 대 서비스의 시대가 될 것이다. 아마도 계정 로그인 외에 기술적인 설정은 '블랙박스' 안으로 숨어버리게 되어 기술적 진보처럼 보이지만, 사실 플랫폼에 대한 종속성이 극에 달하게 될 것이다.
2. IT 인력의 역사적 감소: '성장판'이 닫히는 업계**
해방 이후 한국 경제사에서 IT 업계는 늘 '인력 흡수의 블랙홀'이었다. 불황에도 돈과 사람은 늘 몰렸지만 이제 그 흐름이 꺾이는 역사적 변곡점에 와 있다. 투자금으로 연명하며 '잘나가는 척'하던 수많은 스타트업과 한계기업들이 무너질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 강력하게 저지하겠지만 큰 흐름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아이디어'만으로는 안 되고, 네이버처럼 거대 플랫폼을 가졌거나 아니면 실제 물류·제조 같은 물리적 채널에서 실질적인 현금을 뽑아내는 기업들만 생존하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다.
AI가 화이트칼라의 업무를 추상화해버리니, 기업 입장에선 예전만큼의 머릿수가 필요 없어져서 IT 업계 인력이 순감소하는 건 단순한 고용 한파가 아니라, 산업의 체질이 '인해전술'에서 '고효율 AI 자동화'로 완전히 바뀌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맺음말
예전에 내 주변 사람이 어떤 디자이너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말한 적이 있었다.
"캔바만도 못한 X"
나는 적잖히 당황했지만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 디자이너의 연봉은 그래도 최저 시급은 넘었을 것인데 이건 비전공자에게 9000원짜리 캔바 이용권을 쥐어줘도 그 사람보다는 잘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이야기가 단순한 뒷담화가 아닌 내 기억에 강하게 남은 이유는 디자인을 하는 내 입장에서도 캔바는 싸고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똑같이 캔바만도 못한 새끼라고 하면 나는 분노보다 한계를 느낄 것 같다. 내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캔바가 발전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결국 2026년의 IT 산업은 기술이 가장 화려하게 꽃피는 동시에, 그 기술을 지탱하던 인적 자본이 급격히 퇴출당하는 역설적인 풍경을 보여줄 것이다. 기술이 극도로 추상화되어 누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역설적으로 '기업에서 사람의 노동'은 갈 곳을 잃는다.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IT 불패 신화의 종말이자, 실질적인 물리적 기반을 갖춘 거대 자본만이 승리하는 냉혹한 '정상화'의 시작이다.
2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