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첫 번째 도전
요즘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구글은 노트북 시장에서 한 번 처참하게 패했다. 2013년 2월, Chromebook Pixel. 구글이 직접 만든 첫 노트북이다.

그러나 이 크롬북 픽셀의 실패 뒤에 핵심을 본 사람은 적었다. 그 시기 UX 하던 사람들(지금 UX/UI 말고 이전 UX)이 그린 미래는 다들 비슷했다. 폰과 노트북이 seamless하게 연결되는 그림. 폰에서 하던 작업을 노트북에서 그대로 이어받고, 알림이 흐르고, 클립보드가 공유되는 장면. 그런데 당시에는 온라인 인프라가 지금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회사는 여전히 MS Office가 점령하고 있었고, PPT만들고 엑셀 없으면 아무 것도 안돌아갔다. 개발 환경은 지금과 비교가 안 될 만큼 폐쇄적이었다. 그런 시대적 상황에서 폰과 PC를 동시에 만드는 회사는 애플뿐이었고, 그래서 애플만이 seamless라는 말을 어설프게나마 흉내낼 수 있었다. seamless UX는 애플이 아닌 다른 회사들은 꿈도 꿀 수 없는 단어였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애플 제품에 사용자들은 환호했다. 연령대가 조금 있다면 기억할 것이다. 애플이 마우스 커서를 공유하거나 디스플레이를 공유하는 것, OS를 통합하는 것들을 매년 공개했던 것들을 말이다.
당연히 당시 구글도 같은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Android와 자신들의 PC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그림. 이 두 OS는 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아주 이상한 구조로 시장에 확산되어서 정리가 어려웠고 대안으로 나온 브라우저 중심의 ChromeOS만으로는 애플의 생산성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브라우저 위에 올린 OS로 크리에이티브 워크플로우를 감당하는 건 무리였고, 안드로이드와의 결합도 어정쩡한 봉합 수준에 머물렀다. 2015년 한 번 더 개정판을 냈지만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고, 2017년에는 픽셀북이라는 이름으로 갈아탔다가 — 2022년 9월, 구글은 결국 노트북 라인 자체를 조용히 취소하고 팀을 해산시켰다.

크롬북 픽셀이라는 야심은 그렇게 사라졌다. 남은 건 ChromeOS뿐이었고, 그건 삼성과 도시바, Acer 같은 OEM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초저가 교육용 랩탑에 깔리는 결말을 맞았다. 일종의 땡처리였다. 그래도 저변만큼은 절대 놓지 않겠다는, 마지막 발악 같은 것이었다고 나는 본다. 여담이지만 네이버는 또 구글의 실패한 전략을 베껴서 똑같이 웨일 브라우저를 만들고 웨일 OS를 만들고 웨일북을 만든다.

OS 두 개를 가진 회사의 비극
크롬북 픽셀이 왜 실패했는지를 한 단어로 줄이면 OS다. 하드웨어가 부족해서 진 게 아니다. 하드웨어는 오히려 맥북을 이겼다. 진 건 OS였다. 그것도 남이 만든 OS가 아니라, 구글이 스스로 갈라놓은 자기 OS에 발목 잡힌 것이다.이 부분은 짚고 갈 가치가 있다. 안드로이드와 크롬OS는 처음부터 다른 회사 OS가 아니었다. 환장할 일이지만 둘 다 Linux 커널에서 출발한 같은 뿌리다. 안드로이드는 2007년, 크롬OS는 2009년. 같은 회사가 같은 커널을 2년 간격으로 두 갈래로 포크했다. 안드로이드는 폰을 향해, 크롬OS는 책상을 향해.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커널은 같았지만 그 위에 쌓아 올린 것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갔다. 안드로이드는 ART 런타임 위에서 자바/코틀린 앱을 돌렸고, 크롬OS는 젠투 기반 userland에 크롬 브라우저를 1차 시민으로 두고 웹앱을 돌렸다. 각자의 스택을 자기 길로 키운 다음, 뒤늦게 봉합이 시작된다. 크롬OS 위에 ARC라는 컨테이너를 얹어 안드로이드 앱을 어색하게 돌리고, 다시 그 위에 리눅스 앱을 또 봉합으로 얹었다. 봉합 위에 봉합을 쌓은 구조였다. 합치고 싶어도 합칠 엄두가 안 나는 상태가 13년 이어졌다.

같은 시기 애플은 정반대 길을 간다. 애플의 커널은 리눅스가 아니다. Mach와 BSD를 섞은 XNU라는 자체 하이브리드 커널이다. Darwin이라는 그 OS의 뼈대 위에서 macOS, iOS, iPadOS, watchOS, visionOS, tvOS가 전부 같은 커널을 공유한다. 처음부터 갈라놓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2020년 11월 결정타가 나왔다. 애플 실리콘 M1. 아이패드에 들어가던 칩과 같은 계보의 칩이 맥에 올라간 순간, 아이폰 앱이 맥에서 그대로 돌아갔다. OS 통합을 칩 레벨에서 끝낸 것이다. seamless가 마케팅이 아니라 아키텍처가 된 순간이다. 같은 시기 구글은 자기가 갈라놓은 두 OS의 봉합선을 두꺼운 테이프로 덧칠하고 있었다. 크롬북 픽셀이라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 정작 무대 바닥은 자기 회사 두 OS의 봉합선이었던 것이다. 무대 위 공연이 매끄러울 리가 없었다.
그런 구글이, 다시 노트북을 만든다
크롬북 픽셀 1세대로부터 13년이 지났다. 그리고 구글은 다시 노트북을 들고 나오는 중이다.


AI를 코어에 둔다는 말의 진짜 의미
여기서 짚어야 할 부분이 하나 있다. 구글이 "AI를 코어에 두고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다"고 했을 때, 이걸 애플 실리콘과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두 회사가 가는 길이 완전히 다르다. 애플의 통합 무대는 칩이다. M1이라는 하나의 ARM 아키텍처 위에 모든 디바이스를 줄 세웠다. 통합이 하드웨어 레벨에서 일어났고, OS는 그 위에서 자연스럽게 수렴했다. 디바이스가 강하면 강할수록 통합도 강해진다. 그래서 애플은 칩을 만들고, 디바이스를 만들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폐쇄 생태계로 간다. 클라우드는 그 디바이스들을 연결하는 보조선일 뿐이다. 아이클라우드는 끝까지 주연이 아니다.
구글의 통합 무대는 정반대다. 칩이 아니라 AI 레이어다. Aluminium OS의 핵심은 구글 제미나이가 OS 위에 얹힌 앱이 아니라 시스템 그 자체의 일부로 박힌다는 점이다. 단축키 하나로 Gemini가 시스템 어디서든 호출되고, 그때 구글 제미나이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게 아니라 현재 열려 있는 파일, 알림, 앱의 컨텍스트, 사용자 의도를 OS가 직접 모델에 먹여서 시스템 수준의 액션을 트리거한다. 검색창에서 시작한 작업이 독스를 열고, 드라이드를 뒤지고, 캘린더에 일정을 잡고, Universal Cart에 결제까지 거는 그 모든 흐름을 구글 제미나이가 신경계처럼 잇는다. 나아가 하드웨어는 어떤가? Aluminium OS는 ARM과 x86 양쪽 모두 지원한다. 그래서 미디어텍이든 퀄컴 스냅드래곤이든 인텔이든 상관없다. 애플처럼 단일 칩 아키텍처로 줄 세우지 않는다. 줄 세울 수가 없다. 구글은 칩 회사가 아니니까.

결국 구글에게 PC는 터미널이다
두 회사가 가는 방향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애플은 폐쇄형 기기 안에 모든 것을 가두고, 클라우드는 연결선으로만 쓴다. 구글은 클라우드에 모든 것을 두고, PC를 거기로 들어가는 터미널로 만든다.
이게 결정적인 차이다. 애플의 세계에서 컴퓨터의 무게중심은 책상 위의 그 기기다. 그 기기가 강해야 모든 게 돌아간다. 구글의 세계에서 컴퓨터의 무게중심은 책상 위에 없다. 책상 위에는 그저 화면과 키보드만 있으면 된다. 진짜 컴퓨팅은 클라우드에서 일어나고, 그 결과만 책상 위로 흘러나온다. 구글북이 ARM이든 x86이든 어떤 칩으로 만들든 상관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어차피 그 기기는 터미널이니까.
이게 무서운 점이다. 터미널은 갈아끼울 수 있다. 폰도 터미널, 태블릿도 터미널, 노트북도 터미널, 자동차 인포테인먼트도 터미널, TV도 터미널. 디바이스 카테고리가 무엇이든 제미나이라는 신경계가 깔리면 그게 같은 OS가 된다. 통합의 단위가 디바이스가 아니라 AI 그 자체다. 애플의 통합은 폐쇄적이고 강력하지만 애플 디바이스 안에서만 작동한다. 구글의 통합은 그 경계를 넘어선다. 어떤 OEM이 만든 어떤 기기든, 구글 제미나이가 깔리면 같은 컴퓨터가 된다.
I/O 2026에서 공개된 통합 검색창, Universal Cart, Personal Intelligence를 다시 보자. 이 모든 기능은 폰의 작은 화면에서는 어색하다. 처음부터 노트북에서 돌리는 것을 염두하고 만든 기능들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기능들은 디바이스의 H/W 성능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다. 다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니까. 구글은 검색창 발표를 하면서 사실 노트북 발표를 한 것이고, 노트북 발표를 한다는 건 모든 디바이스를 자기 클라우드의 터미널로 만들겠다는 발표를 한 것으로 나에게는 보인다.

광고회사가 책상을 갖겠다는 뜻
구글은 여전히 광고회사다. 검색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조종하려 한다. 그런데 이제는 한 발 더 나간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점령하려 한다.
생산성이 구글로부터 나오고, 그렇게 만든 결과물이 구글의 클라우드에 쌓이고, 그 결과물을 토대로 한 의사결정이 구글의 검색창에서 이루어지고, 그 결정에 따른 구매가 구글의 Universal Cart에서 결제되는 세상. 이게 지금 그려지는 그림이다. 광고로 우리의 욕망을 읽던 회사가, 이제는 우리의 작업과 결제까지 같은 파이프라인 안에 넣으려 한다. 그 파이프라인이 클라우드에 있고, 우리는 그 파이프라인의 끝에 매달린 터미널을 하나씩 받아쥐게 된다.
나는 크롬북 픽셀 사용자였다. 그래서 이번 구글북도 살 의향이 있다. 그러나 그때의 마음과 이번의 마음은 다르다. 13년 전의 나는 그저 잘 만든 노트북에 설렜다. 지금의 나는 두려움 가득한 마음으로 구글북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이게 맞는 방향인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구글은 이번에는 실패하더라도 또 돌아온다. 그게 가장 무서운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