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소스타트업 개론
챕터1. 스타트업이라는 금융상품
"유니콘, IPO"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이 양적완화를 하던 시절, 특히 자주 나오던 말이다. 그런데 주식 상장을 위한 IPO는 범부들이 이야기할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니콘은 개천에서 나온 용보다 보기 힘든 상상의 동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에는 유니콘이니 IPO니 하는 말들이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이야기하곤 했다.
이것은 당시 많은 사람들이 작은 방에서 시작해 이제는 대기업같은 대우를 받는 기업들의 신화가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신데렐라같은 이야기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 것은 투자라는 금융 상품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과 연관되어 내가 항상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있다.
일정 수준의 사람에게 10조를 주었다면 쿠팡 비슷한 무언가를 만들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을 해봐야 한다. 쿠팡 사업이 대단한 것이었냐라고 하면 사람들마다 이견이 있을 것이지만 돈이 곧 권력인 세상에서 쿠팡이 시장 지배자가 될 수 있도록 돈 줄을 대어준 금융 상품이 대단한 것은 틀림없었다.
스타트업 투자 붐은 미국이 달러를 시장에 풀어버림으로 인해 갈 곳 없는 돈들이 새로운 수익처를 찾다가 생긴 일종의 물결이었다. 당시 금리는 0에 가까웠기 때문에 돈을 빌리지 않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었다. 빌려온 돈으로 시중에 화폐가 넘쳐났고 이런 화폐들은 먼저 부동산 시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내 부동산 시장에서 돈이 넘쳐 흘렀다. 그리고 이렇게 흘러내린 돈들이 다른 갈 곳을 찾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었다.
스타트업 시장은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정부가 정한 규칙에 따라 엄격한 통제와 감시를 받는 것도 아니고 작은 돈을 넣어서 한 번 터지면 매우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장이었다. 그래서 투자사나 기업 또는 개인 쩐주 입장에서 보면 이 분위기에 자신도 동참하지 않으면 마치 큰 경제적 손해볼 것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활발하게 투자펀드가 만들어지고 투자자들은 펀드를 이용해서 어떤 기업이 나에게 이익을 크게 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스타트업을 하나의 금융 상품으로서 고르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이것은 마치 경마와 같은 것이다. 한 손에는 경마지를, 다른 한손에는 마권을 쥐고 어떤 말이 1등을 할까 떨리는 그런 마음 말이다. 그래서 당시 기업들은 약간의 evidence만 제공하면 어렵지 않게 pre-A 투자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세상 일이라는 것이 늘 행복할 수만은 없는 일, 2023년부터 미국이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등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투자 시장은 빠르게 경색하기 시작했다. 투자 시장이 소극적으로 변하자 투자를 받아서 생존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PLAN B가 없는 채로 한계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것이 2024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스타트업씬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미국이 돈줄을 조이자 시장은 왜 빠르게 경색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들의 기대보다 스타트업 성공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장부 숫자를 밀고 당기는 것을 제외한다면 실제 성공하는 케이스는 10%가 되지 못한다. 외부에서 조달되는 돈줄이 마르면 투자자들 심리는 신중해진다. 내 돈이 사라지는 속도에 민감해지고 감각이 민감해지면 의심 가득한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투자금이라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언제든 가져올 수 있는 돈에서 받기 힘든 돈으로 변화했던 것이다.
우리 회사도 그러했다. 2024년 대표는 전직원을 모아놓고 8월부터 투자를 받을 것이고 12월이면 시리즈A 투자가 성사될 것이라 장담했다.
"상범님. 다음 주부터 투자 라운드 열거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투자는 1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고 회의 때마다 대표님 표정을 보면 왠지 내 시선을 피하는 것 같아 자세히 물어보기도 힘들었다.
.
.
.
.
챕터2. 스타트업과 B2B
"네카라쿠배당토"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정답은 회사의 몸통이 B2C라는 점이다. 미국 양적완화를 하던 시절, 시중에 돈이 넘쳐나던 시절, 그리고 스타트업 출신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잘 나가던 시절에는,
서울대, 카이스트 등의 특정 학벌로 구성된 팀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언가 웹서비스
억지로라도 짜여진 스토리텔링
이렇게 세 가지 요소가 맞으면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리고 한번 투자가 들어가면 투자금을 이용해 대규모 마케팅을 실시하고 대규모 마케팅으로 지표를 올리고 이것을 Growth hacking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지표를 레버리지 삼아 다시 투자를 받는 우르보로스 아니 순환 출자식 기업 경영이 가능했었다. 그 결과, 이상형 월드컵과 A|B 테스트를 구분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SNS에 글을 올리고 전문가가 되었고 투자를 받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성공적인 사업가로 세바시나 네이버 뉴스에 하루가 멀다하고 얼굴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양적완화 환경에서 돈이 넘쳐났던 시절에 MAU, DAU 등으로 대변되는 사용자 지표가 결국 돈이라고 봤던 스타트업 업계의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식 수입자들은 zero_to_one 책에 있는 내용을 달달 외워서 신앙처럼 떠받들었고 SNS에서는 무분별하게 확산시켰다. 무엇이 한국 경제에 맞는 방법인지 해당 방식의 단점은 무엇인지 더 나은 부분은 무엇인지 아무런 논의도 없이 미국에서 건너온 방식은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다.
아주 냉정하게 바라보면 한국 대중들이 진위 파악을 할 능력 또는 준비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굳이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이 ROI가 떨어지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대부분 고스펙을 가진 사람들은 해외 지식을 그대로 수입해서 자신의 지적 자본으로 활용해서 이익을 창출했다. 내 입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은 N. 촘스키가 말한 지식인으로서 책임을 유기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수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리고 어찌 되었건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10원 투자해서 12원 받아내는 일은 재미가 없기 떄문이다. 기존의 대부업도 원금의 20%정도 먹는 사업이었다.
그래서 스타트업 투자는 앞서 말한 경마와 같이 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전통적인 사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원금의 10%도 못건지는 미친 선택이 스타트업 투자자 입장에서는 잘만 운영된다면 시장 지배자가 되어 10배, 100배의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변모했던 것이다. 특히 제로 금리 상황에서는 이것은 매우 타당한 선택이다.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나는 이 시장 자체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 시장에서 플레이하기 위해서 상황판단은 냉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2024년 즈음, 미국으로부터 돈줄이 마르자 국내 투자 주체들은 스타트업에게 DAU 같은 지표 말고 더 확실한 증거를 요구했다.
바로 매출이다
매출이라는 키워드가 나왔으니 이제 진짜 이상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당근은 8년만에 흑자 전환을 했고 토스는 10년만에 흑자 전환을 했다. 그리고 당근과 토스는 업계에서 내놓으라하는 필두 기업이다. 이제 한가지 가정을 해보자.
만약에 내가 순대국집을 차렸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묻는다
"나는 8년 뒤에는 흑자 전환을 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나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이런 생각으로 순대국집을 여는 사장님이 현실에서 계실까? 외식업은 기본적으로 단 하루의 적자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보통은 흑자를 위한 활동이 모든 사업의 대전제이다. 그리고 나는 신입사원때부터 흑자 대전제하에서 모든 업무 기술을 철저하게 훈련 받았다.
반면에 스타트업은 다르다. 적자를 감수하고 시장 지배력을 위해 빠르게 돈을 태우며 나가는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zero_to_one 책에 잘 나와 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모든 스타트업 강의에서 앵무새처럼 말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스타트업은 끊임없는 대중의 관심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다. 관심에서 멀어지면 돈에서도 멀어진다. 그래서 돈과 관심을 교환하고 더 많은 사용자를 가지려고 한다.
반면에 순대국집은 그렇지 않다. 무료로 먹는 사람이 많으면 아무리 관심이 많아도 순대국집은 금새 폐업을 할 수 밖에 없기 떄문이다.
"순대국집도 스타트업처럼 할 수 없을까?"
먼저 대답은 NO이다.
순대국밥집의 무료급식자가 1000만명이 되어도 이 수익은 온전히 순대국밥집이 독식하기 어렵다. 동시에 이 수익의 증가 역시 선형적이다. 즉, 정해진 마진율만큼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떄문에 그 어떤 투자자도 순대국밥집이 1000만명의 고객을 모을 때까지 돈을 대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기하급수적인 수익곡선을 원한다.
당근과 토스는 책에 나오는 전형적인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자 전환까지 8년, 10년이나 걸렸다. 8년, 10년은 절대로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사업 계획의 부재라고 볼 수 있다. 즉, 사용자는 모아서 초기에 높은 DAU, MAU를 달성했지만 그 지표를 돈으로 바꾸는 후행 과정은 치밀하게 계획하지 못했다고 봐야한다. 그래서 그 예상치 못한 부분을 다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그런 불완전한 기획은 애초에 실행조차 되지 못한다. 그래서 대기업이 변화가 느린 이유 중 하나이다.
어쩄든 토스와 당근은 엣지 있는 기능을 구현했고 그 기능으로 많은 사용자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그것만으로도 스타트업이 해야하는 일을 훌륭하게 해낸 것이다. 여기까지의 성과가 투자자들을 볼모로 잡아서 후속 투자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건 투자자들이 지속적인 믿음을 가졌던 간에 그들은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 현금 흐름 안에서 다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모로 가던 서울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작은 스타트업들은 어떤가?
그들은 스스로를 당근, 토스와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들은 순대국집에 훨씬 가깝다. 그들은 덩치가 작고 매출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당근과 토스처럼 8년, 10년을 활기차게 활동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를 순대국집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통장이 비어 버린 다음에도 그들은 스스로를 토스나 당근과 동일시 한다.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다.

그리고 여기서 또다른 비극이 탄생한다. B2C 지표도 매출도 없는 작은 스타트업들. 그렇게 후속 투자에도 실패한 작은 스타트업들이 단체로 B2B로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는 VC나 멘토들의 압력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B2C 안되잖아. 안정적인 B2B로 가봐. 팔란티어 알지? 걔네들처럼 말야."
그런 말을 주고 받으면서도 투자자와 작은 스타트업 모두 B2B는 B2C와는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작은 스타트업들은 그렇게 하나 둘 씩 B2B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새로 창업하는 스타트업들도 B2B로 진입을 한다. 그 결과, 마치 흑백요리사에 나온 식당마냥 B2B 시장은 작은 스타트업들로 미어터지게 된다.
여기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작업 스타트업의 경영진은 순대국집처럼 생존을 위해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B2B로 매출을 만들어서 다시 투자를 받으려는 상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범님. 이제 우리는 B2B로 가는 겁니다."

나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어떻게든 해내야한다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의 문법도, 자본력도 없는 '작은 스타트업'들을 나는 '소스타트업'이라 부른다.
"그렇다 나는 이제 소스타트업 구성원이다. 늘 그렇지만 이겨보자."
-2편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