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뇌출혈이 발생하면 생기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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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40대 남자. 그리고 그 가족들이 겪은 이야기를 짧게 풀어 본다.

#건강#뇌졸중

뇌졸중
뇌졸중

그 동안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뇌출혈 사건 진행 과정

6월 18일 일본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한 날, 집에서 쉬고 있는데 밤 11시, 장인어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OO이가 이상하다. 종일 코를 골고 자는데 깨어나질 않아"

이미 뭔가 잘못됨을 직감하신듯이 전화기 스피커로 돌려오는 장인어른의 목소리는 이미 패닉이셨습니다.

"아빠. 빨리 119!! 119!"

아내도 불길함을 감지하고 소리쳤습니다. 그렇게 10분만에 처남은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 바로 수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병명은 "뇌출혈"

여행의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2시간 차를 몰아 저희 부부도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밤새 이어진 수술. 그리고 중환자실에서부터 우리 가족의 뇌출혈 투병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최초 발병일로부터 75일이 지난 지금, 처남에게는 다행히 편마비는 없습니다. (몸의 한쪽을 못 쓰게 되는 현상, 보통 풍맞았다고 하는 그겁니다) 대신 뇌동맥에서 터져나온 피는 좌측 측두엽에 고여서 인지기능 저하를 가져왔습니다.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되지만 발음이 불분명하고 어린아이처럼 대답하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평소 술담배를 많이 하던 처남은 뇌출혈을 치료하는 도중, 간기능에도 문제가 생겼고 담낭염이 발생해 배에 구멍을 뚫고 담즙을 몸밖으로 배출하도록 장치를 달아놓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아직 밥을 먹지 못하고 코에 줄을 넣어 줄로 밥을 먹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55cc의 많은 피가 나왔음에도 생명에 지장이 없고 운동능력이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검진에서 재활의학과 의사선생님께서는 올해 12월까지는 열심히 재활하고 상황을 지켜보자 말씀하셨습니다.

알아두면 좋을 간단한 뇌출혈 상식

뇌졸중은 뇌출혈과 뇌경색을 모두 일컫는 말입니다. 피가 터지면 출혈, 막히면 경색입니다. 비슷해 보여도 치료는 반대입니다. 출혈은 막아야하고 경색은 뚫어야 합니다. 처남은 뇌출혈이라 머리속에 피가 고였고 고인 피를 빼내기 위해 머리에 구멍을 뚫고 거기에 튜브를 넣었습니다.

뇌는 순두부보다도 물컹하다고 합니다. 손으로 만지면 부서진다고 들었습니다. 액체에 가까운 고체라고 저는 상상해봅니다. 하여튼 그런 뇌는 피가 고이면 닦아내는 것이 당연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말 닦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심각한 게 아니면 처남처럼 구멍을 뚫어서 그 부분으로 피가 흘러나오도록 합니다.

뇌는 척수액안에 둥둥 떠있다는 건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 말인즉슨 밀봉되어 있다는 것인데 뇌에 고인 피를 빼기 위해 구멍을 뚫으면 당연히 그 밀폐가 깨지겠지요. 그래서 구멍을 하나 더 뚫어서 척수액을 조절합니다.

우리 모두가 뇌출혈은 처음이다.

비주얼 쇼크

처음 경험하는 뇌출혈은 정말 가족들에게 충격입니다. 뇌출혈이 터지는 순간, 머리 속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환자는 넘어지면서 2차 부상을 입곤 합니다. 처남도 얼굴을 서랍장에 부딪쳐 얼굴을 다쳤습니다. 온 몸에 관을 꽂고 만신창이가 된 모습을 중환자실에서 보면 가족들은 투병 1일차부터 전의를 상실하게 됩니다.

시스템 쇼크

일반인이 병원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처남의 경우, 내과, 피부과 문제도 함께 발생하여 협진이 필요했는데 사실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재활의학과 소속 환자를 내과, 피부과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도 않으며 재활의학과에서도 교수님과 레지던트 그리고 간호사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환자는 너무나 많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쉴새없이 바쁩니다. 우리집 환자한테 신경써달라고 한들 씨알도 안먹히고 마치 무슨 동네 카센터처럼 이거 뜯었다 저거 뜯었다 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게다가 종합 병원은 입원 날짜 제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남의 경우, 담즙 배출하는 관이 꽂혀있는데도 퇴원을 강요받았습니다. 병원의 태도와 논리는 강경해서 나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환자 가족 입장에선 이해가 안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처남은 뇌출혈 수술 후 재활의학과 소속 환자이고 수술이 잘 되었고 퇴원해야하는 날짜가 되었고 재활의학과 관점에선 문제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담즙 관련 문제는 다른 재활 병원으로 옮긴 다음에 외래 진료를 받아서 처리하자라는 식으로 나옵니다. 정말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간병인 쇼크

대학병원에 들어올 수 있는 간병인이 정해져 있어서 병원에서 간병인 알선 회사 리스트를 줍니다. 그 업체에 전화해서 간병인을 구해야하는 데 구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성품도 맞아야 하고 일정도 맞아야하고 가격도 맞아야 합니다. 처남이 체중이 80kg 이상이기 때문에 더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간병인의 90%는 중국인, 조선족입니다. 저희도 75일동안 2명의 간병인을 썼는데 모두 중국인이었습니다. 하루에 16만원. 현찰입니다. 일주일 간격으로 계좌이체해야하며 현금영수증 처리나 세금처리는 불가능합니다. 간병인 중계 어플도 있습니다. 카드 결제가 가능한 점은 좋지만 한달 결제를 한번에 해야하고 수수료때문에 비용이 높습니다. 추천하지 않습니다.

간병인의 식사는 환자 또는 환자 가족이 해결해줘야 합니다. 방식은 두 가지입니다. 식비를 따로 드리거나 햇반을 제공하거나입니다. 식비를 드리는 것은 당연히 더 비쌉니다. 보통 한국인 간병인들이 요구하는 조건입니다. 하루에 3만원 정도 추가됩니다. 반대로 중국인, 조선족 간병인들은 햇반만 달라고 합니다. 3, 4000원이면 됩니다. 그러면 본인들이 반찬을 챙겨오셔서 끼니를 해결합니다.

간병인은 병실안에 갇혀있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병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병원도 있습니다. 부담되는 비용이지만 그들의 역할을 생각하면 또 마땅히 드려야할 비용이기도 합니다.

비용 쇼크

흔한 실손 보험 하나 없던 처남은 그대로 돈을 내야만 했습니다. 최초 수술비와 입원비 중간 정산이 대략 의료보험 적용해서 800만원 정도입니다. 그리고 다시 300만원 정도 납부하니 30일이 지나갔습니다. 재활 병원으로 전원한 다음에 한달에 250만원 그래서 대략 1300-1400만원 정도가 두 달 병원비로 들어가고 간병인 비용이 1000만원정도됩니다. 즉, 두 달에 2500만원, 한달에 1200만원 정도 들어갔습니다. 재활 병원에서는 250만원 + 500만원, 한달에 750만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치료가 최소 6개월에서 12개월동안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니 처남에게 앞으로 들어갈 비용은 최소 3000만원에서 7500만원 정도입니다. 이 비용은 의료보험이 적용된 상태이며 부담스러운 비용입니다.

지금까지 알게 된 것들

  1. 핸드폰, 은행 계좌 등 민감 정보의 보안도 중요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둬야 합니다. 이렇게 쓰러지면 가족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2. 대한민국 의료 보험이 경제 부담의 상당 부분을 덜어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용 부담은 큽니다. 중년 이상의 분들은 간병인 보험 정도는 들어 놓는 것이 어떨까 싶은 마음입니다.
  3. 병원 나름대로 매우 노력하지만 환자의 눈에는 화가 나는 일들이 많습니다. 화가 나는 일이 발생하면 치료 기간은 길어지고 고통은 환자가 감당해야 하고 비용도 환자 가족이 지불해야 합니다.
  4. 의료 기술이 좋아졌지만 환자의 일상 회복까지는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지켜보는 가족도 점점 지칩니다.
  5. 중년에 접어들면 무조건 MRA 한 번 찍어야 합니다. 그냥 폭탄처럼 터지면 답이 없습니다.

아직도 진행 중이며 올해 내내 간병 이슈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면서 글을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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